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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설게시판

스무살, 그리고 봄 - 단편

섹스노리
2020.02.27 18:05 176 0 0

본문

< In the spring >


열 아홉에 맞은 봄,
아직은 쌀쌀함이 감도는 3월의 어느 날
유리창 너머로 따사롭게 쏟아지는 햇살 속

잠깐씩 흐려지는 눈을 부비며 혼곤해 지는 내 귓가에
처음..
그녀의 음성이 들려왔다.

“.. 제가 준비한건 여기까지구요 발표한 내용에 질문있으면 해주세요 ”

미처 몰랐는데..저 아이의 목소리가 이렇게 좋았나?
잠은 이미 멀리 달아나고 점점 또렷해지는 시선에
햇살 아래 눈부시게 빛나는 그녀의 입술이 날아와 박혔다.

‘ 이름이..뭐라고 했더라.. 은..영.. 이였나 ? ’

엷은 갈색 머릿결이 고개를 숙이면 이마를 따라 부드럽게 흘러내리고
너무도 하얗게 빛나던 피부는 내 시선을 붙잡아
놓아줄 줄 몰랐다.

문득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지나치게 검은 눈동자와 하얀 눈.
그 색상이 너무 선명해서
어떤 아픔까지 느꼈다고 하면 이상할까?

잠시 마주쳤던 그녀의 시선은 질문을 던진 학생에게로 옮겨가고..
그렇게 난 그녀를 내 영혼 깊숙이 받아들였다.

............................................

“ 저기.. ”

“ .... ? ”

수업이 끝나고 복도로 나온 그녀에게 무작정 말을 걸었다.

“ 난 영민이야.. 저.. 저.. 네 이름이.. ? ”

“ 은영이야 유은영 ”

“ 아.. 그렇구나 점심먹으러 가니? 나...식당 가는데.. 같이갈까..? ”

까만 그녀의 눈동자를 보면서부터 어지럼을 느끼며
겨우 용기내어 던진 나의 첫 제의에 은영이는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 응 ”

식당으로 가는 복도가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을까?
나란히 걷고있는 그녀의 머릿결이, 하얀 뺨이, 쉐타와 청바지를 입은 그녀의
산뜻한 몸이,
청명한 하늘에 걸린 무지게처럼 내 가슴에 맺혀갔다.

함께 식권을 뽑고, 밥을 타고, 자리에 앉아서도 우리 둘은 아무말하지 못했다.

한손으로 흘러내리는 머릿결을 가만히 쥐고 뜨거운 국을 호- 호- 입을 오무려
식히는 모습을 훔쳐보듯 바라보고,
가슴이 저리도록 자꾸 내 안으로 들어오고 있는 그녀..
고개를 든 그녀와 또 눈이 마주쳤다.

“ ... 밥 안먹니 ? ”

“ .. 머..먹어..”

싱긋..웃는 입술

인생 최대의 용기를 내어 약간은 떨리는 목소리로 그녀에게 물었다.

“ 저녁에 우리 영화볼까..? 저..보고싶은게 있는데..혼자가긴 그렇구.. ”

짧지만 긴 침묵...
약간의 망설임끝에 수줍은 미소와 함께 들린 대답..

“ 그래 ”

그렇게 봄은 왔다.

*******************************


< Summer rain >


은영이는 예뻤다.
얼마나 예뻤는지 그녀와 함께 있는 시간 속 엔 모든 게 다 예뻐졌으니까

봄에 시작된 우리 둘의 인연은 대지가 푸르러지고 열기가 감싸는 여름이
다가오며 더욱 뜨거워졌다.

내 첫사랑..

.........................

“ 어쩌지? 너 우산있어? ”

“ 아니..”

“ 내방까지 뛸까 ? ”

“ 그래 ”

쏟아지는 소나기 속에 우린 가방을 머리위로 올리고 학교부근 자취하던 내방까지
뛰기로했다.

“ 지는사람 저녁사기다 ”

“ 치.. 난 여자잖아 어떻게 널 이기니 ? ”

“ 음.. 그럼.. ”

순간 까르르 웃으며 그녀가 쏜살같이 뛰기시작했다.

“ 앗...너.. 치 사 해~ ”

“ 밥 사기야~ ! ”

세찬 빗줄기 속에 하얀 면바지와 티셔츠를 입은 그녀가
긴 머릿결을 흩날리며 뛰어가고

촉촉한 빗줄기는 우리 둘 위로 내려오고.. 순간

“ 어맛~ ! ”

내 앞에서 힘껏 뛰던 그녀가 넘어졌다.

“ 어.. 은영아 괜찮아 ? ”

이마를 찌푸리고 무릎을 감싸고있는 그녀..

“ 어디봐. 많이 아퍼? ”

빗속에서..
그녀의 면바지를 끌어올리려했는데 젖어서 잘 올려지지 않았다.

“ 업혀 ”

“ ..됐..어.. 괜찮아 ”

“ 업혀.. ”

주저앉아 물끄러미 날 보던 그녀가 조심조심 내 등으로 기대온다.

등으로 가득히 퍼지는 그녀의 육체..

후끈한 지열이 퍼지는 소나기 아래
그녀의 가쁜 숨결과, 땀냄새에 섞인 열기와, 엷은 화장품 향이
코 안으로 스며들었다.

“ 무 겁 지...? ”

그녀를 업고있는 내 두 팔에 허벅지 안쪽의 온기가 전해오고
한걸음 한걸음 옮길 때 마다 뭔가 뭉클한 부드러움이 등을 쓸어오고..
내 어께로 턱을 얹은 그녀의 젖은 머릿결이 내 뺨위로 흘러오고..

시끄러운 빗소리 속에 그녀를 업고 걷다가..
뭔가 중요한걸 깨달은 사람처럼 가슴이 벅차오다가..
여름의 마법에 걸린 듯
그만 큰소리로 외치고 말았다.

“ 은영아 사랑해 ! ”

내 뒤의 그녀는 아무 미동도 없다..
무슨 생각을 할까...

“ 사랑해 은영아 정말, 진짜, 지인~짜 사랑해 ! ”

우산을 쓰고 우리 옆을 지나던 여학생 들이
빗속에 그녀를 업고 걸으며 허공에 외쳐대는 내 얘기를 듣곤
킥킥 거리며 흘깃 거리고..

아무 반응 없이 업혀있는 그녀가 뭐라고 하려나
점점 안절부절 해 하며 걷고 있는데
내 목으로 그녀가 깊이 두 팔을 두르며 안겨왔다.

“ 나두.. 네가 좋아 ”

태어나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으로 남아있던
그 시간....

...............................

방으로 들어와 보니 넘어졌던 그녀의 무릎에 빨갛게 피가 배어 나와 있었다.

“ 바지 걷어봐.. ”

“ 젖어서 안올라가.. ”

그녀에게 내 반바지와 면티를 주고,

욕실 문을 열고 갈아입으러 들어가는 그녀에게 정말
아무 생각 없이 말을 건냈다..

“ 샤워도 해 ”

“ .......... ”

순간 마주친 그녀의 얼굴엔..뭐랄까
조심스런 수줍음....?

뭐였을까?
아무것도 아닌 그 순간에 그녀와 내가 아무 말 못하고 얼어 붙은건..

.....스무 살 이었으니까..

씻고나온 그녀의 무릎에 생체기가 보였다.
연고를 꺼내고 벽에 기대앉은 그녀의 다리를 내 쪽으로 펴게 하곤
조심스레 펴 발랐다.

하얗고 투명한 종아리, 발목, 섬세한 발등..
그 위로 뽀얗게 퍼지는 허벅지 그리고.. 내 맘까지 함께 일렁이게 했던
머릿결..

“ 안아파 ? ”

“ 응.. ”

점점 더 거세진 빗소리가 우리 둘을 감싸왔고, 물기어린 그녀의 향기도
내 영혼을 감아왔다.

늘 웃고 떠들던 우리였는데
무엇 때문인지
정적만 감돌고.. 내리는 빗소리와 낮게 울리는 천둥소리만 공간을
매워나갔다.

조심스레 마주본 그녀의 까만 눈동자와 나의 눈이 얽혀 풀어지지 않고
공기 중에 배어나온 우리의 호흡도 한데 엉켜 떠다녔다.

....사랑일까

조심스레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고..
우리 둘의 시선이 좁혀져가고
그녀의 달콤한 숨결이 내 입술너머 밀려오고..
천둥소리보다 더 큰 나의 심장소리를 느끼며
그녀의 입술을 살짝 머금었다..

..멈칫.. 그녀의 몸이 떨리다가 이내 잠잠해졌다..
내 입술사이로 들어온 촉촉한 그녀의 아랫입술..
그 부드러움, 따뜻함, 간지러운 숨결..

이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오직 귓가에 울리는 심장소리와
그녀의 새근대는 숨소리만..

손을 올려 그녀의 두 어께를 가만히 감싸 쥐었다.
한손에 잡히는 작은 어께..
그리고 슬며시 내 쪽 으로 끌어당기자
봄눈 녹듯, 스르르 안겨왔다.

그녀를 내 품에 꼭 끌어안고 긴 입맞춤을 했다.
첫 키스..

그냥 맞대고 있었다..조금씩 오물거리며 촉감을 알아가기도 했고
살짝 살짝 빨아도 보고..
딸려들어오는 그녀의 입술 안쪽 촉촉한 곳이 닿을 땐 숨이 가빠오고..

머릿속이 어지럽고.. 시간 개념도 사라졌다.
끊임없이 흘러나와 날 간질이던 숨결의 달콤함..

조금씩 조금씩 입술의 간격이 넓어지고, 망설임에 서성이던 혀가
그녀의 매끄런 치아까지 뻗어가고..
혀끝에 전해오는 매끄럽고 단단한 치아의 젖어있음에 몸이 떨려오다가..

벌려진 그녀의 입술사이 어딘가 수줍은 듯 숨어있던 혀끝을 만나
소스라치듯 놀라고.. 다시 찾아들어간 곳에
한없는 부드러움과 따스함으로 날 맞아준 혀의 촉감.

서툰 입맞춤에 서로의 입안에 조금씩 침도 고여가고..
삼켜야 하나 말아야 하나.. 쑥스런 고민도 떠다니고..
용기를 내어 힘껏 그녀의 혀를 빨자 함께 흘러온 그녀 침의 느낌..
더럽기는커녕 당연한 듯 꿀꺽.. 삼키자
‘ 웁.. 웁..’ 거리며 내 등을 작은 주먹으로 툭툭 쳐대고..
더욱 꼭 기대며 안겨오는 그녀의 몸..

이미 우리 둘의 혀는 수줍음을 너머 한없는 부드러움을 나누며 꼭 엉켜있었고
너무도 꼭 붙은 우리 둘 스무살의 육체는 열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혀와혀가 엉켜 서로의 입안을 넘나들 때 어께위에 올렸던 한 손을
조심스레 가슴으로 내렸다.
그녀의 호흡이 약간 커졌지만 내 혀를 쓰다듬는 그녀의 혀는 계속 움직였다.

...손안에 잡힌 아담함..

브레지어 의 감촉을 지나 손위로 뜨겁게 솟아오르는 한없는 부드러움..
그 뜻밖의 촉감에 너무 놀라 호흡이 가빠오고..

...모든 것이 부드러웠다...

입술도, 혀도, 어께도, 숨결까지..
너무나 부드럽고 따스해서 한없이 깊은 곳으로 자꾸만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뭔가 모자란듯한 느낌에 밀려 면티 안으로 손을 넣어 등을 어루만지자
약간씩 몸을 뒤척이며 피하려했다.
계속 입을 맞추며 손을 위로 올리자 속옷 끈이 만져졌다.
매끄런 피부위로 조심스레 가로놓인 천조각..

두손으로 꼭 끌어안으며 그만
풀러버렸다.

‘ 툭.. ’

묘한 여운을 남기며 팽팽하던 것이 헐거워졌고 내 목을 감은 그녀의 손에
더욱 힘이 들어가고..

그녀를 당겨 함께 바닥으로 누웠다.

귓가에 끊임없이 들리던 빗소리..그리고 가빠진 그녀의 숨결..

이젠 덜덜 떨리기 까지하는 손을 들어 소담한 가슴을 가만히 쥐었다.

너무도 부드러워 어떻게 해야하는지 아무 생각 안나고
손가락 사이 앙증맞은 유두의 느낌만으로도 숨이 차고..

힘을 주어 옷을 위로 끌어올리자 눈앞에 하얗고도 조심스런 유두가
수줍게 나타났다..

“ 영....영민아 ”

“ .... ”

손을 들어 가슴을 가리는 그녀

고개를 숙여 작게 올라온 그녀의 유두를 입술로 살짝 물었다.

‘ 흡.. ’

짧고도 세찬 숨소리를 흘리며 와락 내 머리를 힘주어 끌어안았다.

첫 경험..
온 몸의 세포가 처음 느껴보는 감촉에 미칠 듯 예민해져가고
그녀와 나, 아주 작은 스침에도 소스라치듯 놀라 입안이 타들어가고..

혀끝에 걸리는 작은 유두와 입술 전체에 퍼지는 젖가슴의 감촉과
떨리는 손으로 내 머릴 꼭 끌어안고있는 그녀의 손길..

더 용기를 내어 반바지 후크를 풀었다.

‘ 툭.. ’

갑자기 힘주어 내 손을 잡는 그녀..
한동안의 시간이 팽팽한 긴장속에 흘러갔다.

아주 조금 그녀의 손에 힘이 빠져나가자 살짝 자크를 쥐고
스르르.. 끌어내렸다.

더욱 세차게 내 손을 잡는 손길..
이젠 천둥소리보다도 더 크게 우리 둘의 호흡이 방안을 매워갔다.

바지 안쪽으로 손끝을 넣자 팬티의 질감이 부드런 살결위로 만져졌다.
자꾸만 커지는 심장소리..
조금만 더..조금만 더.. 그녀의 제지를 무시하며 내려가자
손 가득 그녀의 엉덩이가 일렁거리듯 들어왔고..
부들거리며 내 손을 미는 그녀의 목 언저리에 뜨거운 입술을 가져가자
..낮은 탄식을 흘리며 와락 내 목을 끌어안고는 꼭 붙어서 가쁜 숨만 몰아쉬고..

힘주어 반바지를 끌어내렸다..

“ 영 .. 민.. 아 ”

허리춤을 잡고 내 이름을 불렀지만
조금 더 힘을 주어 종아리 까지 끌어내렸다.
두 무릎을 오므리며 뒤척이는 그녀의 몸짓을 느끼며 면티도 얼굴위로
완전히 벗겨냈다.

팬티만 입은 체 발목엔 반바지가 걸려있고..
어쩔 줄 몰라하는 그녀를 안아 일으켜 두 손으로 들고 침대로 가 뉘였다.

몸이 떨어져 자신을 내려다보는 게 쑥스러운지 황급히 내게 바싹 안겨오고
그녀의 품안에서 나도 서툴게 옷을 벗었다.

상의를 벗고.. 바지를 벗고.. 나란히 누워 팬티만 입고선
서로의 피부가 전해주는 미칠듯한 감촉에
깊이 깊이 끌어안고 쓰다듬고..

그녀의 배와 내 배가 맞닿아 호흡에 따라 오르락 내리락 거리고
내 가슴에 넓게 짖눌린 그녀의 젖무덤이 꿈틀거리고..

너무 커다랗게 단단해진 성기가 팬티 안에서 간닥거리며 그녀의 아랫배를
누르고 있고..

손을 내려 내 팬티를 벗어버렸다.
허공에 자유롭게 풀려난 성기주변으로 서늘한 공기가 스쳐지나가고..

이미 두 눈을 꼭 감고 떨고있는 그녀의 팬티도
살며시 끌어내렸다.

언뜻 눈에 보인 수줍은 음모..

그녀의 두 무릎을 열며 몸을 실었다.
그녀의 두 손이 이젠 허둥대며 내 전신을 지나다닌다.
점점 더 심하게 떨려오고.. 그녀의 떨리는 숨결은 다급하게 내 귀로 흘러오고..

귀두 끝으로 약간의 까칠함이 느껴졌다. 순간 그녀의 몸도 경직됐다.
조금씩 움직이자 까칠한 감촉 아래 매끈한 부분도 느껴지고 ..
이리 저리 조금씩 움직여 보지만 어디가 어디인지 알 수 가 없고
그녀는 그저 내 목에 매달려 떨고만 있고..
양 허리 옆으로 매끈한 허벅지가 부드럽게 쓸려오고..

그런 애타는 시간이 영원처럼 흘러간 듯싶을 때
내 몸 끝이 어디론가 ‘ 미끈.. ’ 거리며 들어갔다.

“ 하아 ”

그녀의 목이 뒤로 꺾이며 깊은 신음이 흘러나왔고.
고통스러운 듯 눈을 꼭 감고 이마를 찡그리고 너무도 세게 내 목을
끌어안고 있다.

절반정도 그녀 몸 안으로 들어간듯.. 더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그녀를
끌어안고 그대로 있었다.

얼마나 그러고 있었는지.. 거친 숨결이 조금 가라앉고 그녀의 이마가
풀려갈 쯤.. 조심스레 물었다.

“ ..많이..아파 ? ”

“ .. 응.. ”

“ 지금..두 ? ”

“ .. 응.. ”

“ 미안해..아프게 하긴 싫은데..”

그녀는 대답대신 다정하게 목을 꼭 안아주었다..

그러고도 한참이 지나갔다.

조금씩 조금씩 더 그녀 몸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매끈 거리는 뭔가를 지나 촉촉하고 따뜻한 그녀의 몸 안 깊은 곳 까지..

“ 아.....앗 ”

그녀의 짧은 외침이 또 다시 시작된 떨림 사이로 터져나오고..
이미 끝까지 들어간 내 치골에 그녀의 체모가 맞닿았다...

귓 속으로 흘러오는 그녀의 숨결이 너무도 뜨겁게 느껴졌고....

그녀의 떨림은 계속됐다. 호흡은 계속 불안정했고 찡그린 이마도 펴지지 않았다.
그저 내 목을 놓치면 큰일이라도 나는 것처럼 꼭 안겨있고..

빗소리는 조금도 수그러들지 않았다.
창문을 때리는 소리도 더욱 커졌고 이따금 낮게 우르릉 거리는 천둥소리도
들려왔다.



한참을 그렇게 있다가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안으로 깊이..다시 바깥으로.. 천천히.. 쓰다듬듯이..

우리 몸은 너무도 뜨겁게, 그리고 어설프게 섞여있었고
그녀는 고통스러워했다.

하지만..날 밀쳐내진 않았다.

얼마 안있어 아랫배 깊은 곳으로부터 뭔가 솟구쳐 오르더니
전신을 덜덜 떨게 만들만큼 거센 회오리로 몰려오다가
척추를 타고 온 전신으로 타들어가듯 뻗어나갈 쯤..

그녀를 으스러져라 끌어안고 사정하고말았다.

그녀와 나의 가쁜 숨결이 방안 가득 떠다니고..

차츰 서로의 숨결이 안정될 쯤..조심스레 그녀로부터 떨어졌다.

힘없이 웅크리며 내게 꼭 안겨오는 그녀..

....무슨 생각을 하는걸까...
....내가 잘못한걸까....
....문득 날 떠나면 어떻게 하나...
....많이 아팠을까.....

이런 저런 불안스런 생각을 뚫고 낮은 흐느낌이 들려왔다.
격하진 않았지만 날 흔들어버린 울음소리..

“ 은영아... 울지마....미안해..응 ? 내가 잘못했어.. ”

“...... ”

“ 잘못했어..응 ? 어떻게 할까 ? 내가 어떻게 할까 ? ”

....
.....

“ 꼭 안아줘.. 그리고 사랑한다 말해.. ”


*****************************************


< Fall in love >


“ 너희 둘이 C.C 라며? ”

“ 네.. ”

수업을 마치고 손을 꼭 쥐고 걸어나오는 우릴 보고 영미시 담당 교수님이
싱긋 웃으며 말을 걸었다.

“ 영민이 은영이 잘 챙겨줘야해 ”

“ .. 네.. ”

마흔이 넘은 독신인 여교수님과 은영이는 무척 친하게 지내고있었다.
가끔 연구실로 놀러가 한참을 있다가 오기도 했고 어쩔때는 교수님 댁에서
자고 오는일도 있었다.

“ 은영이 요즘은 안아퍼 ? ”

“..네 ”

“ 그래..그럼 내일보자.. ”

.. 안아프냐니?
언제 아팠었나 ?...

“ 은영아 언제 아팠어..? ”

“ .. 어.. 아니.. ”

“ 무슨 말씀이지.. ”

“ 별거 아냐.. 나 배고파 김치볶음밥 사줘.. ”

“ ...그래.. ”

여름방학이 지나고 2학기가 시작되었다.
내 곁엔 늘 그녀가 머물고 있고.. 그로 인해 난 행복했다.
그녀도 행복할까....

“ 은영아 나랑 있어서 행복해 ? ”

“ ... ? ”

“ 그냥..갑자기 생각나서.. ”

“ 얘는.. 밥먹다가 체하겠다 얘...”

“ 어..미안.. 그냥.. 밥이나 먹자. ”

.. 허둥대며 밥을 퍼넣고있는데
그녀가 말했다.

“ 많이 행복해 .. 너랑 있는거, 같이 밥먹는거, 그리고 널 보는거.. ”

......

그동안 우린 자주 몸을 섞었다.
처음 어려웠던 시간 이후로.. 늘 내가 원해서였지만
그녀도 날 안아주는데 싫은 기색한번 없었다.

그녀의 육체는 막 눈을 뜬 열아홉 내게 끝없는 동경의 대상이였고
가끔은 내가 원할 때..힘들거나 혹은 뭔가로 인해 머뭇거리는 그녀를 보며
약간은 억지를 부리면서도 기어이 내가 원할땐
꼭 그녀를 안았다.

그렇게 그녀를 안을때면 문득문득 사랑인지 욕망인지 스스로
궁금할 때도 있었고 다음엔 자제해야지..하면서도
몇일 뒤 몸을 숙인 그녀의 뒷모습 곡선을 보거나 혹은
치마 아래로 뻗어나온 다리를 보거나 하면
습관처럼..그녀를 안곤했다.

조금씩 그런 생각들이 많아지자 정말 그녀의 기분은 어떨까..
궁금해지기도 했고 차라리 그녀가 먼저 적극적이면 어떨까.. 생각도 해보고..

우리가 사랑할때의 모습은 늘 내가 위에서 조심스레 움직이는게 다였다.
예쁘고 동그란 그녀의 엉덩이를 볼때면 뒤에서 해보고 싶기도했지만.
..차마.. 엎드려달란 부탁을 할 수는 없었다.

...................

“ 하아.. 음.. 음... ”

그녀의 방에서 늦은 밤까지 시험공부를 하다가 잠깐 잠든 그녀를...
너무 예뻐보이는 입술과 책상 아래로 가지런히 놓여있는
두 다리의 곡선에 그녀를 안아 일으켜 침대로 가 졸음에 겨운 그녀의 옷을
하나씩 벗겨내고 알몸이 되어 그녀를 탐하는 중이였다.

졸음에 겨웠는지..약간의 투정도 부리다간 여느때처럼 잠잠히 날 안고
내가 하는대로 가만히 있었고.. 그날따라 난 조심성을 잃고 약간은 거칠게
몸을 움직여댔다.

“ 흡...... 아.. 하아...영민...영민아... 흑... ”

거친 숨을 뱉아내는 내 입으로 그녀의 신음이 묻혀졌다..

“ 웁....후웁.... ”

약간 정신이 나간 듯 했다. 평소 억누르며 있던 어떤 끈이 튕겨져 나간 듯
팽팽하게 휘어지며 날 밀치려한 그녀를 무시하고 거세게 움직였다.

우리들 깊은곳끼리 스치는 습윤한 소리도 들려오고 살과 살이 맞부딪혀
찰싹이는 소리도 들려오고..

아득하게 어딘가로 떨어지며 움직이는 내 귓가에 짧고도 분명한 그녀의 외침이 들려왔다.

“ 흐윽.. 그만 ! 그만 .. 영민아..그만.. ”

갑자기 멈췄다.
둘의 세찬 호흡이 거세게 터져나오고 있었고..
그녀 안 깊은곳에 뜨거운 열기를 발산하며 간닥거리는 내 몸이 느껴졌다.

“ 잠시만..움직이지마..응..? 잠시만..가만히 있어줘.. ”

“ ....... ”

“ 이상해..몸이.. 허릿가로 뭔가 이상한게 돌아다녀....무서워.....”

내 몸을 꼭 부둥켜 안고 가쁜 숨을 몰아쉬는 그녀를 더 힘주어 안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 흑.. 영민아...그..만.. ”

이미 아무생각도 들지않았다.
내 몸짓은 더욱 거세져서 그녀의 몸이 짖이겨지듯 흔들렸고

저 깊은곳에서부터 터져나오는 그녀의 탄식도 점점 커졌다.

어느순간..허공에 벌려져 이리저리 흔들리던 그녀의 두 다리가
힘껏 내 허릴 감아오며 엉켜갔고
팽팽한 활시위처럼 그녀의 몸이 휘어졌다.

“ 흐으윽... 윽... 윽... ”

칼에 찔린 듯..단발마 비명이 목안에서 끓어오르듯 새 나오고..
목덜미와 가슴께가 선홍빛으로 붉게 물들어갔다.

울음소리같은 기묘한 신음을 길게 내뱉고는
그녀의 몸에서 조금씩 힘이 빠져나가는게 느껴졌다.

나도 움직임을 멈췄다.

흐느끼는듯한 호흡이 이어지고 그녀의 가슴과 배에 우리들이 흘린
땀이 끈끈하게 번져있고..
..

“ 나..뒤에서 해보고 싶어 ”

“ ............. ”

“ ..엎드려..볼래..? ”

“ ............ ”

아무 말이 없는 그녀를 돌려 눕히려했다.

허리 밑으로 손을 넣어 일으키려하자 그녀의 손이 날 잡았다.

“ .. 하 지 마... ”

“ 해보고 싶어 ”

“ 영...민 아.. ”

“ 은영아..하게해줘.. 응 ? ”

“ ........... ”

약간의 억지로 엎드리게 한 후 허리를 잡고 일으키려했지만 꼼짝하지 않았다.

... 왜 그랬을까..
싫어하는 그녀를 무시하고
억지로 허리를 잡아 들어올린건....

“ 안...돼.. ”

허위허위 손을 저어 날 밀어내는 손길을 무시하고 그녀의 하얀 엉덩이 사이에
몸을 가져갔다.

“ .. 아... 싫..어.. ”

순간 그녀가 힘을 주어 날 뿌리치고 다시 길게 엎드려 버렸다.

..낮게 엎드려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그녀를 보자
뭔지 모를 아쉬움이 몰려왔다.

자기 옆에 길게 누워버린 날 보자 미안한 듯
손을 뻗어 얼굴을 어루만지다가는
조용히 안겨왔고.

“ 미안해.. ”

“ .... ”

“ 화났니 ? ”

“ 아니 ”

“ ....... ”

그렇게 얼마나 있었을까..

까닭모를 어색한 침묵이 방안에 무겁게 내려앉았고
미안하기도 하고 서운하기도한 알 수 없는 감정이 머릿속을
헤집고 다니고..

창피하니까 싫다고 한걸텐데..
난 왜 그 녀의 말을 무시한걸까 ?
이렇게 억지로 그녀를 막 대해도 되는건가.. ?
그녀를 사랑하는 것과 안고 싶은 욕망중 에 어느게 더 큰걸까... ?
.. 조금전 내 행동에 상처받진 않았을까?

그런 적막을 깨고 그녀의 따뜻한 음성이 들려왔다.

“ 영민아... 하고싶은데로 해.. ”

“ ... ? ”

어둠 속에 그녀의 하얀 몸이 스르르 일어나는가 싶더니
조심스레 엎드리는게 보였다..

“ 은영아... ”

“ 얼른..나 맘 변하기 전에..”

엎드린 그녀의 곡선은 숨이 막혔다. 가녀린 허리와 엉덩이로 이어진 곡선..

“ .. 아..냐.. 억지로 이러지 마.. 아깐 내가 이상해 졌던거야.. ”

“ 괜찮아.. ”

“ ....... ”

그녀의 뒤로 다가가 내려다 본 엉덩이와 허리 그리고 등결..
침대에 푹 묻힌 얼굴.. 그 위로 사방으로 흘러있는 머릿결..

양 손을 그녀의 엉덩이 위에 올렸다.
길고 단단해져 흔들리는 내 몸을 그녀의 몸 사이로 가져가
길을 찾고 한번에 끝까지 밀어넣었다.

“ 흐윽.. ”

갑자기 그녀의 얼굴이 작살에 맞은 은빛 고기처럼 퍼덕이며
들려졌다가 서서히 떨어졌다.
내 아랫배와 허벅지 주변으로 부딪히는 그녀의 너무도 부드러운
살의 감촉에 빠져들었고
곧 방안엔 우리의 살이 맞닿아 내는 묘한 소리가 가득 퍼져나갔다.

그녀의 엉덩이 사이 희미하게 물려있는 내 몸이 내려다 보였고
그 모든게 더 날 미치게 만들어 격렬하게 움직이게했다.

“ 흐윽...윽.... ”

고통인지 희열인지 알 수 없는 낮은 신음이 그녀의 입에서 쉴 새없이
터져나오고
그 격렬한 움직임의 끝에서 난
타들어가듯 사정하고 말았다.

.. 순전히 나만의 몸짓이었다.
분명 고통이 섞인 그녀의 신음소리를 무시하고
배려의 말도 없이 사정만을 위한 몸짓..

다시 나란히 누워 잠들려할 때 그런 나에게 변함없이 따스히 안겨온 그녀

.. 그녀가 날 사랑하는 만큼 내 사랑도 그럴까...?

그날 쉽게 잠들지 못했다..


**************************************************


< December >


“ 어떻게 해.. 병원 가자 응 ? ”

“ 아냐 괜찮아..원래 편도선이 약해서 겨울철엔 늘 이래 ”

“ 영민아..고집 부리지 말구.. 차라리 집에 내려가 있어 ”

“ 싫어 ”

“ 그럼 좀 잘래 ? ”

“ 응 ”

눈이 내리고 겨울 방학이 시작됐지만 우린 학교에 남아있었다.

봄부터 우린 하루도 빼놓지 않고 꼭 붙어다녔고
그녀가 곁에 있어 행복했지만
처음의 짜릿함은 아니었다.

그녀는 늘 내가 원하는 대로.. 내가 하고 싶어 하는대로 따라주었다.
밥을 먹는것도, 영화를 보는것도,

일년 가까이 함께 있으면서 나에게 싫은 소리나 억지쓰는걸
본 적이 없으니까.

......젊음의 슬픔은 미래를 알지못할 뿐더러 자신이 하는 행동의 결과도
모른다는데 있다 .............

얼마나 잤을까.. 이마에 느껴지는 따스함에 잠을깼다..

“ 깼어 ? ”

옆에 앉아 이마에 손을 얹고있는 그녀..

“ 이것좀 먹어 죽이야 ”

목이 부어 열이나 벌게진 눈으로 죽을 먹는 날 보며 그녀가 말했다.

“ 나.. 모래쯤 집에 내려갈꺼야.. ”

“ 응 ? 언제와 ? ”

“ 글쎄.. 개학할 때 까지 못올지도 모르구.. 어쩌면 내년 휴학 할지도 몰라 ”

“ .... ”

이상하게도 그녀는 자신의 가족 얘기를 하지않았다.
가끔 물어봐도 싱긋 웃기만 했고..
언뜻 듣기론 엄마가 돌아가셨고 아빠만 계시다고 했는데..

“ 그럼..당분간 못 보 나.. ? ”

“ 후훗.. 떨어져 있으니까.. 그래도 많이 보고싶음 다녀가면 되지. ”

“..... 저기.. 은영아.. ”

“ 응 ? ”

“ 나도 내년에 휴학 할꺼야..”

“ 어머.. 왜 ? ”

“ 3월에 군대 가.. 영장나왔어..”

“ ..... ”

난 서랍에서 3월 입영 이라 적혀있는 영장을 꺼내 보여주었고
그녀는 물끄러미 내려다보고만 있었다.

“ 언제..나온거야 ? ”

“ 지난달에 ”

“ .... ”

난 학교를 7살에 들어가서 은영이보다 한살 어린 열아홉이었다.
이제 며칠 후면 해가 바뀌고 스무살이 되면 그녀곁을 떠나
또다시 새로운 세상으로 가야했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그녀를 두고 어디론가 간다는게 전혀 서운하지 않았다.

...지금에야....너무도 내안 깊숙이 그녀가 들어와 있어서 못느꼈 다는걸 알지만

그땐 정말 괜찮아서 아무렇지 않다고..
아니 너쯤 없어도..라는 생각마저 했던 것 같다.

“ .. 왜 말 안했니 ? ”

“ ... 그 냥 ”

“ ... ”

그 이후로 그녀의 얼굴은 어두워졌다.

그 다음날도 변함없이 나와 함께 있었고
그 다음날 집으로 가는 오후까지도 나와 함께 있었다.

터미널 까지 바래다 주려했지만 아픈데 나올 것 없다며
눈쌓인 거리로 혼자 떠났고..

작은 가방을 매고 두꺼운 하얀 잠바를 입고선..
골목 어귀에 우두커니 서있는 내게 추운데 들어가라며
자꾸만 손짓하며 멀어져 가던 그녀..

저 멀리 길 모퉁이를 돌아 사라지기전 다시 한번 뒤돌아
큰 몸짓으로 손을 흔들고 밝게 웃으며
그렇게 떠났다.

....우습게도... 그게 그녀를 마지막으로 본 모습이었다.

다시 난 방으로 돌아와 잠이 들었고
땀에 흠뻑 젖어 깨어나 샤워를 하고,
목아픈데 피지말라며 그녀가 감춰둔 담배를 꺼내 피웠으며
새벽녘 저릿한 성욕에 그녀가 보고싶어졌을 뿐이였다.

다시 날이 밝고 일상속에 문득 그녀가 떠오르기는 했지만
애타는 그런 것은 아니였다. 그저 그런 무덤덤함..

..늘 그녀는 내 곁에 있었고 내 여자며, 내가 원하면 언제든 머무는 여자니까..
떨어져 있지만 곧 다시 만날테고.. 군대에 간다해도 그녀는
기다릴테니..

서둘 것은 없었다.
난 그저 덤덤히 일상을 살면 되었고 그녀를 위해 내가 뭘 해야 할 필요는 없었다.

.... 어리석은 스무살....

해가 바뀌고 그녀로부터 전화가 왔다.
보고싶다며 투정부리는 그녀에게 나도 보고싶다고.. 조만간 만나자는 말을하고
끊었고...
또 하루 이틀 흘러가고...

2월쯤 서울 올라온다던 그녀로부턴 아무 소식도 오지 않고

3월이 다 되가는 어느날 그녀가 알려준 번호로 전화를 걸었지만
아무도 받는사람이 없었다.

막상 입영일이 다가오자 못견디게 그녀가 보고싶어졌다.
하루종일 그녀가 적어준 번호를 들고 전화를 걸지만
끝없는 신호음만 들리다가 끊어지기만 했다.

그제서야 조금씩 애가 타다가는..원망과 신경질로 변했고
급기야는 될대로 되라... 너말곤 여자 없냐..식 감정까지 생겨나고..

하루전날 친구들과 어울려 진탕 마시고 늦게 방으로 들어와
아픈 속을 달래는데
그녀로부터 전화가 왔다..

“ 영민이니 ? ”

“ .... 응 ”

“ 내일 간다며... 교수님께 들었어 ”

........... 교수님..? 교수님이랑은 연락하구 나랑은 안한거야......?

“ ...그래.. 전화 했었는데.. 안받더구나 ”

“ ..응..미안해..너 많이 보고싶었는데..사정이 좀 있어.. ”

“ 사정 ? 그게 뭔데 ? 그렇다구 전화 한통 못해주니 ? ”

“ ...... ”

내가 먼저 그녀를 찾았다면 가능했을 일을 괜히 심술이 나
그녀를 몰아세웠다..

“ .. 영민아.. 미안해.. ”

“ .... ”

“ 군대생활 열심히 잘하구.. 아프지 말구.. 교수님께 편지해.. ”

“......... ? ”

“ 우리 집이.. 편지 받기가 좀 그래서.. 교수님께 주소 알려오면
내가 편지 쓸께.. “

“......... 집에 무슨 일 있어 ? ”

“ 응..뭐.. 나중에 얘기해 줄께.. 저기 영민아 ”

“ 응 ? ”

“ 사랑한다 말해줄래 ? ”

......................................................

군에 입대하고 정신없는 시간들이 이어지고..
교수님께 편지를 보내자 교수님의 답장과 그녀의 편지도 함께 왔다.

내 건강을 걱정하고..보고 싶다 얘기하고.. 늘 듣던 얘기들..

그렇게 여름이 오고.. 일병을 달고 가을이 오고..

두어번의 편지만 그녀와 오고갔고..

아마 왠지 식은듯한 내 감정을 느꼈는지..그녀역시 드문드문 안부를 물어왔고
첫 눈이 내리고 겨울이 깊어갈 무렵 그녀로부터 소포가 왔다.

뜯어보니 하얀 목도리였다. 직접 짠 듯 한.. 편지는 없었다.
소포 꾸러미에 또박또박 적힌 그녀의 예쁜 글씨만 있었고
발신지는 역시 교수님 연구실 이였다.

그 후 .. 더 이상 편지는 오지 않았다.

가끔은 보고싶어져 먼저 편지를 쓸까 했지만. 몇 번 쓰다가 말곤 했다.

그녀의 하얀 목도리는 한번도 하지 않고 관물대 한 구석에 놓아만 두었다.

다시 봄이 왔다가 가고 두 번째 겨울도 가고
다시 봄이 왔다가 여름이 다가올 무렵

긴 군 생활이 끝났다.

제대 후 복학하기까지 집에 머물며 그녀를 찾아볼까 하다가.

왠지 자존심에 걸려 또 관두고..

이일 저일 닥치는 대로하며 학비도 모으고..
그렇게 또 겨울이 왔다가 해가 바뀌어
우리가 처음 만난 3월에 다시 학교에 복학했다.

새 학기가 시작되던 날..
그녀로부터 받은 하얀 목도리를 하고 학교에 갔다.
그리고 그녀의 모습을 찾아 교실과 사무실 복도를 두리번 거리며 다니기도 하고
새로 보는 후배들의 모습에 어색해져 담배만 피워대고..
다른학년 교실도 기웃거려보며 그녀를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

마지막 영미시 수업 시간이였다.
교수님께서 교실에 들어오시다 나와 눈이 마주쳤다.

“ 어머.. 이게 누구니... 영민이 아냐.. 제대했구나.. ”

“ 네.. 그동안 잘 계셨어요 ..? ”

“ 그래.. 얘들아 이 오빠 복학생 오빠니깐 잘해주렴... ”

“ 와하하... ”

후배 여학생들의 웃음에 멋쩍어하며 같이 따라웃는데 교수님께서 말씀하셨다.

“ 끝나구.. 내 연구실로 좀 올래..? ”

............................................

“ 그동안 고생 많았지..? ”

“ 고생은요.. 교수님도 잘 계셨죠 ..? ”

“ 그래.. ”

교수님의 시선이 내가 하고있는 목도리를 유심히 보고있는게 느껴졌다.
안 그래도 은영이 소식이 궁금했는데...

“ 저...”

“ 저기.... ”

동시에 교수님과 나 뭔가를 얘기하려다 다시 멈췄다.

“ 먼저 말씀 하세요.. ”

“ ..... ”

“....... ”

“ 그 목도리... 하고있내.. ”

“ 이거요 ? .. 네.. 알고계셨나요 ? 은영이가 보내준거예요 군대로..”

“ 응..알아.. ”

“... 저 .. 은영이 학교 안오나요 ? 연락 안된지 오래되서.. ”

“....... ”

“ .... ? ”

“ ...모르고 있니 ? ”

“ 뭘요 ? ”

날 보는 교수님의 눈이 흔들리는게 느껴졌다..
손을 뻗어 서랍을 열더니 뭔가를 찾아 꺼내들곤 내게 건내주며 말했다.

“ 이거.. 은영이가 너 주라고 써놓은 편지야 .. ”

그저 평범한 하얀 봉투에 들은 편지..

말없이 꺼내들고 읽으려는데 교수님의 음성이 들려왔다.

“ 그 목도리 짜면서 그러더구나 겨울이면 네가 편도선 때문에 힘들어 한다고..

은영이..
어릴때 아빠가 돌아가시고 엄마랑 살았는데..
은영이가 고등학교 갈 무렵 재혼을 하셨었대..
그런데로 잘 지냈는데 재혼하고 일년인가..지나서
엄마도 갑자기 돌아가셨다는 구나..
은영이....별로 정없던 새아빠랑 힘들었나봐..
대학 와서 쭉 날 엄마처럼 의지해 오고 있었어..
그 새아빠라는 사람도 차츰 은영이랑 연락 끊었고.. “

교수님으로부터 처음 듣는 그녀의 집안 얘기..
그런데 왜 내게 이런 말씀을 하시는걸까...?

갑자기 교수님의 음성에 물기가 서렸다...

“ 그 새 아빠라는 사람 어쩌면 그럴 수가 있을까? 아무리 피 안섞인 아이지만..
아픈거 뻔히 알면서.. 귀찮다고 연락을 끊어버리다니... “

.... 아픈거라뇨....?
.... 은영이 어디 아픈가요 ?
.... 은영이 지금 어디 있는데요 ?

“ ... 고등학교 일학년 때 골수암 진단을 받았대.. 가끔씩 복지 재단에서
후원하는걸로 정기 검진 받고 그랬는데..너 군대 갈 무렵 많이 않좋아져서
쭉 입원해 있었어... “

..... 많이 아팠군요...
..... 저한텐 그런 말 한마디도 없었는데요....
..... 그래서요? 그래서 어떻게 됐다는 말씀이세요 ?.......

“ 그래도..그 어린나이에 그렇게 갑자기 갈 줄은 정말 몰랐지.. 네게 목도리 보내고
얼마 후에 그 편지를 꼼꼼히 쓰더니 널 주라고 부탁 하더구나
그 눈빛이 너무 이상해서 직접 주라고 웃고말았는데..
3일후 엄마한테 갔단다. “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울음이 나는것도, 화가 나는 것도 아니고

그냥 한없이 먹먹한곳으로 가라앉는 날 느꼈다.
숨이 아득히 멈춰지는 것 같기도 했고

명치 끝이 뚜렷하게 아파왔다.

손에 든 편지를 펴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 내가 사랑하는 영민이에게...
태어나서 널 만난게 제일 행복한 일이야
그리고 날 사랑해줘서, 함께 있어줘서 정말 고마워
인생은 짧을 거야 그치?
혹시 나 없이 이 편지를 읽게 되더라도 짧은 인생
행복하게 살다가 빨리( 화내진 마 ) 오렴..
그렇다고 스스로 올려고 노력하진 말고,
자연스럽게 오렴.. 모르지..내가 싫어져서 흥..이까짓 기집애..
이럴 수도 있구.. 후후..

다시한번 너에게 고맙다는 말 하고 싶어
그리고 사랑해

은영이가..

***************************************************


< 10년의 시간 그리고 또 봄 >


인생은 짧을거란 은영이의 말은 거짓이였다.

금방 10년이 지난 건 맞지만 그녀의 기억으로 인해 한참을
힘들어 했으니까..

창밖엔 또 봄이와 햇살이 따스해지고 대지가 푸르러 가지만
그날 내게 다가온 먹먹함은 아직 완전히 가시질 않았다.

한참동안 날 괴롭힌 생각은 그녀에게 잘해주지 못한것과
사랑하면서도 그걸 모르고 있던 나에 관한 것이었다.

늘 반복되던 생각은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하는 후회뿐이였고
나의 20대는 깊은 터널 같기만 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알 것 같다.
어쩌면 다시 내가 그때로 돌아가더라도
역시 그렇게 밖에 못할거란 걸..

그때 은영이도 그 나름대로는 행복했을꺼란 생각..

단지 아쉬움으로 남는건 그토록 소중한 그녀를
그땐 잘 느끼지 못했다는 것 뿐이다.

하지만
숲에서 나와야 숲이 보이듯

다시 그 스무살의 숲으로 간다면
난 역시 모를것이다.

그녀가 얼마나 소중하고 사랑스런 아이였는지를...

..................................................................................................................


그땐 아주 오랜 옛날 이였지
난 작고 어리석은 아이였고
열병처럼 사랑에 취해 버리고
심술궂게 그 맘을 내팽게쳤지

내가 버린 건 어떠한 사랑인지
생애 한번 뜨거운 설레임 인지
두 번 다시 또 오지 않는건지
그땐 미처 알지 못했지

< 그땐 미처 알지 못했지.... 이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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